자연을 재해석한 작가 특유의 화법 이룬 원로

이번 작품전의 서문에 발표한 작가의 변은 이렇다. ‘나는 예술이 뭔지도 잘 모른다. 다만 산과 들이 좋아 열심히 자연을 찾아 다녔다. 그때마다 산아래 서면 나는 왜소한 존재이며 내 가슴속에 오물이 가득한 한 생명임을 발견한다. 나는 이 자연에서 인간의 참(眞)을 배우고 작업을 통하여 맑은 인간이 되어보려고 노력해 왔다. 아직도 나는 예술이 뭔지 잘 모르며 바보같이 살았고 또 앞으로도 바보같이 살아갈 것이다. 가능하면 더 바보가 되고 싶을 뿐이다’라고 숙연한 소신을 펴고 있다. 자신을 폄하하는 이 반어적(反語的)인 표현은 작가 박남재의 때묻지 않은 자화상이며 아직도 동심 속에 살고 있는 철학이요 절규(絶叫)일 것이다. 한국미술계의 큰 별이요 인상파 화풍의 태두인 오지호 화백의 총애를 받으면서 사승한 그의 회화세계는 스승의 영향을 받았던 흔적들이 70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화폭에 잔량처럼 남아 있지만 그 일생은 스승의 훌륭한 정신과 가르침은 닮되 적어도 작품 세계에서만은 스승의 모방이나 굴레에서 탈출하는 작업이 최대의 목표요 관심사였다.
작가 박남재는 자신의 작품세계에서 홀로 서는 작업들이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암갈색의 모노톤한 색조나 선묘 보다는 단색조의 면처리 기법, 많은 선과 밝고 화사한 색조를 지워버린 어둡고 중후한 무게 있는 물상의 묘사와 마티엘 질감 등이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작품 <내장산의 가을>이나 <지리산의 만추> <강천(剛泉)의 모정> <붉은 산> <자화상> 등은 작가의 심혼(心魂)이 만들어 낸 수준높은 이미지화다. 그 밖에도 <대둔산의 겨울>이나 <동해> <산수유 피는 산동마을> <선운사 입구> <중인리의 사과밭> <건지매 가을> 등의 인상파 화풍들은 향수와 서정이 깃든 시정(詩情)이 솟는 아름다운 작품들이다.